먹기 위해 살 것인가, 살기 위해 먹을 것인가!
작가 마에카와 토모히로의 원작을 토대로 120분의 러닝타임을 꽉 채우는 강렬하고 인상깊은 연극이었습니다. 작품은 인간의 오랜 숙원이었던 불멸과 영생을 소재로, 기자 미츠루를 통한 인터뷰 형식으로 채식 전문가 하시모토의 일생을 드라미틱하게 보여줍니다. 계속되는 전쟁으로 인한 굶주림과 아사로부터 사람들을 살리고 싶었던 의사 우타로는 식이요법에 기반한 연구를 진행하다가, 친구인 사토루의 영향을 받아 모든 영양소를 완벽하게 갖춘 인간의 피를 마셔 연명하는 방법을 발견하게 됩니다. 선배 의사인 노리아키와 후손들의 도움으로 10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온 하시모토는 정말 식혈인이었을까요?
건강해지고 싶은 인간의 욕망과 생물의 섭리를 거스르는 불멸을 추구하며 하늘의 적이 될 것인가!
불치병에 걸린 기자 미츠루는 아내인 유코의 주선으로 채식 전문가 하시모토를 인터뷰 하면서, 일본의 근현대사를 목격하며 122년 동안 젊음을 유지하며 어둠속에서 살아야 했던 우타로의 행적에 빠져듭니다. 인간을 허기와 죽음으로부터 구원하고 싶었던 우타로의 연구는 주변 사람들을 끌어들여 불행하게 만들고, 결국에는 신분을 숨긴채 고독하고 허무하게 영원히 살아가야 하는는 시간 속에 갇혀버리게 됩니다. 세상이 점차 풍요로워지면서, 살기 위해 먹어야만 했던 인류가 어느덧 먹기 위해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작가의 냉소적인 비판이 여실히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언젠가 다시 만나보고 싶은 인천시립극단의 대표작!
영상과 회전하는 무대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우타로의 일생과 일본의 역사를 연결시킨 연출, 총 18명의 배우들이 등장하여 대하드라마를 연상시키는 묵직하고 정곡을 찌르는 전개는 단연 압권이었습니다. 인간에게 도움이 되고자 시작했던 연구가 엉뚱한 방향으로 이용당하게 되는 것을 알게된 하시모토가 어둠속의 방관자를 버리고 햇빛으로 나오는 심경의 변화를 예리하게 선보인 김태훈 배우의 연기와 우타로의 이야기를 취재하며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 없게된 미츠루의 고뇌를 연기한 권순정 배우의 존재감도 좋았습니다. 오랜만에 방문한 부평문화회관에서 인천시립극단 최고의 걸작을 만나볼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초대해주신 인천교통공사에 감사드리며, 언젠가 더 좋은 모습으로 인천시립극단의 연극과 재회하게 되기를 즐거운 마음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