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05.25]
간석오거리역에, 인천교통공사에 고합니다.
사회 복무가 끝난 아침, 어제의 피로가 채 풀리지 않은 채로 병역증을 받고 나왔습니다. 쇼생크 탈출 주인공의 쏟아지는 비 대신 습한 초여름의 바람이 제 여러 감정들을 교차시켰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스치는 감정들과 미처 세상에 나오지 못했던 제 마음의 말들을 꺼내고 싶어졌습니다. 그리하여 익명이 아닌 익명의 이름으로 여태 느껴왔던 일과 마음을 작지만 크게 고백하려 합니다.
우선 저의 사회 복무가 끝나고 후련함보단 아쉬움이 컸습니다. 일에 대한 아쉬움, 출근과 퇴근으로 바뀌어버린 생활패턴에 대한 아쉬움, 역 근무 자체에 대한 아쉬움... 그렇지만 가장 컸던 건 같이 지내온 사람에 대한 아쉬움이었습니다.
매일 같은 출근을 반복하는 지루하고 대화 없는 역사에 밝은 기운을 뿌려주셨던 분들이 계십니다. 간석오거리역의 어벤져스, 김기범 차장님과 고재홍 대리님, 송범식 대리님 그리고 김동혁 사회복무요원입니다.
지하철 역사에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 뿐 만 아니라, 민원을 위해 잠시 들어오시는 승객분들, 고된 청소업무로 항상 고생하시는 시설관리원 분들, 업무로 종종 역사에 출입하시는 용역분들 모두에게 친절하게 인사를 먼저 건네며 별거 아닐 수 있는 안부를 물으시는 간석오거리역의 리더 김기범 차장님.
리더의 모습으로 항상 모두를 포용하시는 모습과 언제나 베테랑 같이 업무를 처리하는 모습에 위엄을 느꼈습니다. 뿐 만 아니라 허례허식을 차리지 않고 직급의 고하에 얽메이지 않는, 오로지 사람으로 모든 직원과 사회복무요원을 대하는 그 모습에서는 따뜻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어른이 된다면, 꼭 차장님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존경스러운 분이셨습니다.
말 수는 없으시지만, 그래도 항상 웃음이 아름다우셔서 마스코트 같으신 고재홍 대리님.
고재홍 대리님은 매일 뉴스를 챙겨보시며, 저에게 시사에 대한 깊은 질문을 하셨습니다. 특히 정치와 코로나, 주가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시며, 뉴스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시사에 밝지 못했던 저의 좁은 시야에 넓이와 깊이를 더하도록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한 인간관계에 대한 깊은 고찰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듬직한 풍채를 가지시고 시원시원한 성격의 소유자이시며, 때론 누구보다 다정하게 대해주시는, 또한 꼼꼼한 업무 처리로 항상 역의 안정을 지켜주시던 송범식 대리님.
송범식 대리님은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출근하시며, 저의 안부도 항상 물어봐주시고 편안하게 대해주셔서 직원과 사회복무요원 사이의 불편함을 느낄 틈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편안한 모습과 함께 업무에 있어서는 냉철하고, 꼼꼼하게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퍼펙트맨의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그런 모습에서 동경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람에겐 자상하고, 일에서는 이성적인 모습을 닮고 싶어졌습니다.
저의 후임이었지만, 배울 것도 많고 언제나 분위기메이커가 되어준 저의 진짜 친형 같았던 김동혁 사회복무요원.
처음엔 후임이지만 2살이 많아서 약간의 불편함을 걱정했지만, 친구 같은 편안함과 친형처럼 챙겨주는 모습에 오히려 제가 후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서 동생을 부족하게 대했던 저에게 모범적인 형의 정의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런 다정하고 편안한 성격으로 승객들에게도 친절한 모습으로 다가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친절함은 저로 하여금 형의 사회복무요원 자줏빛 옷이 직원들의 파란 빛의 옷으로 보이게 하였습니다.
위의 네 분 덕분에 지루함 대신 즐거움이 자리했던 22개월의 사회복무 생활을 안전하게 끝마칠 수 있었습니다. 민간인으로 돌아가며, 아쉬움과 감사함이 가득 찬 마음을 안고 돌아갈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남들에겐 시련 같은 군 생활이 저에겐 선물 같은 군 생활이 되었습니다. 직원을 넘어서 가족같이 느껴졌던 네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제 마음을 전하기 위해 몰래 올리는 착한 민원이 지금까지 받았던 웃음을 전부 다 보상하진 못하겠지만, 이 분들에게 작게나마 웃음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간석오거리역으로 매일 출근을 하며, 저는 가장 모범적인 지하철 역사를 보았습니다. 모든 지하철 역의 직원들이 간석오거리 어벤져스와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친절과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직원분들과 사회복무요원의 모습은 승객들에게 안심을 주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이런 책임감 있는 직원들의 모습에 큰 동경을 느껴 올해 2020년 공개채용에 지원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취업의 벽을 느끼며 입사에 실패했습니다. 내년엔 더 노력하여 반드시 입사를 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취업과 적성에 있어서 고민을 하던 저에게 간석오거리에서의 근무는 앞으로 나아갈 방향의 나침반이 되었습니다.
이렇듯 사회복무는 저에게 여러 감정들을 선물해 주었고, 다른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게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제는 지하철을 이용할 때마다 안심을 하고, 행복을 느끼며 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감사했고, 앞으로도 계속 감사할 것입니다. 인천교통공사의 모든 분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김기범 차장님, 송범식 대리님, 고재홍 대리님, 김동혁형, 같은 소속은 아니었지만, 상사와 사원 같았던 저에게 단순한 직원 사이가 아닌, 인생의 선배처럼, 친형처럼, 아버지처럼, 또 친구처럼 느낄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영광이었고, 존경이었으며, 영원일 것입니다. 안녕히 계세요.
-
- 민원성격
- 칭찬
- 민원종류
- 인천1호선
-
- 접수일
- 2020-05-25 14:19:51
-
- 최종답변 완료일
- 2020-05-25 16:43:44
-
- 접수상태
- 답변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