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역무원이 꼽는 꼴볼견 승객
"평소 불만을 갖고 있던 손님들이 역무원들에게 화풀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승객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승객들을 만나면 정말 싫어요"
인천지하철공사가 13일 인천 22개 지하철역 역무원 200여명의 체험을 바탕으로 `손님이 직원에게 폭언, 폭행하고 공공질서를 위배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역무원들이 싫어하는 첫번째 유형은 초과 운임 징수 시 동전을 매표 창구로 던지고 가 버리는 손님 또는 승차역에서 표를 잘못 줘 발생한 일이므로 초과 운임을 못 주겠다고 떼 쓰는 손님이다.
반대로 1천400원짜리 표를 샀지만 기본 구간만 이용했다는 이유로 화를 내며 잔액 환불을 요구하기도 한다.
1회용 보통권의 경우 승객이 요금을 더 냈더라도 행정관리규정에 따라 잔액 환불은 불가능하다.
두번째 꼴불견 승객은 우대권 교부 시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하면 화를 내면서 "나를 믿지 못하느냐", "매일 지나가는 데 왜 얼굴을 기억 못하느냐"며 폭언을 하거나 무시하는 말을 하는 경우다.
규정에 따라 신분증을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하지만 "나라에서 주는 건데 왜 생색이야?", "너는 어미 아비도 없느냐"며 대뜸 화부터 낸다고.
술취한 승객도 꼴볼견 사례에 꼽힌다.
취객중 일부는 표를 안 넣고 게이트를 통과해 직원이 제재를 가하면 무턱대고 반말을 하면서 "돈 없으니 무임권을 달라"고 고함을 지르며 난리를 친다고.
게이트를 통과했으면서 "다른 볼 일이 있다"며 다시 나가겠다고 바득바득 우기는 주부들도 싫어하는 승객 사례에 선정됐다.
이 밖에 학생과 군인의 경우 돈이 없어 다음에 갚을 테니 표를 달라고 간곡히 부탁해 표를 주면 나중에 돈을 갖다주는 사례는 10%정도 밖에 안된다고.
열차와 화장실에서도 꼴볼견 승객은 있다.
화장실에서 담배피우는 것을 발견하고 `담배 피우면 안된다`고 얘기하면 "내가 언제 피웠느냐"며 입을 벌리고 냄새를 맡아보란다는 것이다.
또 열차 내 잡상인들을 대상으로 질서 계도 차원에서 선도하면 "월급이나 받는 주제에 돈 얼마 버느냐"며 생트집 잡는 사람, 열차 내 의자 위에서 자는 손님, 승강장에 침 뱉는 손님도 싫어하는 승객 유형이다.
한때 문제가 됐던 지하철 내 애완 동물 동반에 대해 "휴대 용기에 넣어야만 열차를 탈 수 있다"고 애완동물을 데려 온 승객에게 얘기하지만 오히려 "왜 안돼냐"며 직원에게 시비를 걸고 화를 내는 승객도 여기에 속한다.
인천 지하철공사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모든 승객들은 대부분 지하철 내 질서를 지켜주지만 일부 손님들은 가끔 직원들에게 폭언, 폭행하는 사례가 있어 역무원들이 속상해 한다"며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손님들이 공공질서를 잘 지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07/13 연합뉴스>
<07/14 국민일보,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