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립무용단 제92회 정기공연 <태양새>는 고대, 현재, 미래의 시간을 3막으로 써내려간 한편의 신화이자 대서사시였습니다. 상고시대 한민족이 숭상하던 시조새 신화를 모티브로 항구도시 인천의 역사를 무용극으로 너무나 완벽하고 훌륭하게 묘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한반도에 존재했던 역대 왕조의 흥망성쇠를 비롯하여, 전쟁과 외세의 침략으로 고통받았으나 끝까지 민족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잃어버리지 않았던 선조들의 역사와 앞으로 그려나갈 희망찬 미래를 우아한 동작과 아름다운 음악으로 펼쳐진 70분의 멋진 여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언어 대신 몸짓으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을까 걱정했으나, 말에 쫓기듯 살아가며 지친 마음이 말이 존재하지 않았던 고대의 순수함을 간직한 무용으로 정화되는 기분이었습니다.
머리로 생각하는 대신에, 오감을 자극받으며 현대 무용의 아름다운 매력을 재발견하는 소중하고 특별한 체험이었습니다. 황금빛으로 훨훨 날개짓을 하며 비상하는 태양새처럼 새해에는 좋은 일들만 가득할 것 같아요! 그리고 모두가 하나가 되어 선보여 주셨던 다이나믹한 무용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공연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드리며, 새롭게 거듭난 인천시립무용단의 다음 공연을 인천 시민으로서 마음을 다해 응원하겠습니다!